토요일 저녁 10시를 조금 넘긴 조용한 시간을 정하고 잔잔한 찬양 연주 음악을 들으면서 로마서 1장을 소리 내서 읽기 시작했다. 곁에 놓아둔 핸펀의 스톱워치 초침의 숫자는 굉장한 속도로 변해가고 일정한 톤으로 읽던 목소리는 어느 때 부터 갈라지고 입안은 말라가기 시작한다. 평소에 알던 구절의 내용에는 알 수 없는 몸의 떨림도 있었고 글씨 한자 한자가 가끔은 뿌옇게 흐려지는 것도 경험한다. 물 한 모금을 삼키면서 목울대의 강한 진동으로 정신을 집중하게 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넘기며 마지막을 향해 건조하게 말라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줄 한 줄을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가고 있다. 드디어 16장 세세무궁토록 있을 지어다 아멘 이라는 글씨를 마지막으로 빠르게 움직여 가던 스톱워치의 정지 버튼을 누르니 58분 46초를 표시하며 멈춘다.
쉬지 않고 로마교회에 보낸 바울서신을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읽으면서 구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때론 이처럼 단번에 한 성경을 소리 내서 읽는 것이 목은 조금 아프지만 나에게 많은 유익함을 깨닫게 하고 바울을 본받는 삶이되길 소망하는 시간이었다.